경찰에서 출석요구서를 받았는데 막연히 "귀하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으니 출석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정도만 기재되어 있을때, 적법한 출석요구로 볼 수 있을까?
Ⅰ. 서론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출석 요구 및 진술거부권 고지 절차의 적법성 여부입니다. 경찰이 피의자에게 적법한 방식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5월 27일, 경찰의 출석 요구 방식과 피의자의 권리 고지가 적법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변호인은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철저히 점검하고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피의자 및 변호인이 알아야 할 출석 요구 및 진술거부권 고지의 법적 근거, 주요 문제 사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시정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Ⅱ.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배경 및 주요 내용
1.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배경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피의자의 출석 요구 방식과 진술거부권 고지 절차를 적법하게 준수하지 않은 사례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찰이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등록된 A씨의 신분을 피혐의자로 전환하면서도 이를 직접 통보하지 않고, 제3자인 친구를 통해 출석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피혐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고, 출석 요구의 취지와 혐의 사실이 명확히 고지되지 않았습니다.
- 또한 경찰은 출석한 A씨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명백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며, 피의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차단하는 행위입니다.
2.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사례를 바탕으로 출석 요구 및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절차를 명확히 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 출석 요구 시 사전 협의 및 명확한 고지
- 출석을 요구할 때 사전 협의를 통해 조사 일정과 방식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 범죄의 죄명과 혐의사실 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며, 단순히 “출석하라”는 요청만 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철저히 고지
- 경찰은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피의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 특히,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혐의자 및 실질적 피의자로 볼 수 있는 참고인에게도 동일한 권리를 고지해야 합니다.
- 부당한 출석 요구 방식 개선
- 제3자를 통해 출석을 요구하는 등의 간접적 방식은 부적절하며, 피의자 본인에게 직접 적법한 방식으로 출석을 요구해야 합니다.
- 출석 요구는 반드시 피의자가 본인의 신분과 혐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Ⅲ. 피의자 및 변호인이 숙지해야 할 법적 근거
(1) 범죄수사규칙 제54조(출석 요구의 방법)
✔ 출석 요구 시 서면 발부 원칙
- 경찰관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에게 출석을 요구할 경우, 사법경찰관 명의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해야 하며, 출석요구서에는 출석 요구의 취지를 명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 전화·팩스·전자우편 등 활용 가능
- 출석 요구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경우,전화, 팩스,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석 요구의 취지(죄명, 피의사실 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형식적인 연락으로 출석을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2)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함
-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서도 피의자가 조사받기 전에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도록 규정
(3) 관련 대법원 판례
✔ 대법원 2011도8125, 2012도8698 판결
- 진술거부권의 고지 시점은 사건이 공식적으로 수리되기 전이라도, 실질적으로 수사가 개시된 순간부터 이루어져야 함. 진술조서·자술서·진술서 등 형식에 관계없이 피의자 본인의 범죄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을 반드시 고지해야 함.
Ⅳ. 피의자 및 변호인이 시정 요구할 수 있는 절차
1. 출석 요구의 부당성 지적
✔ 출석 요구 시 적법한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출석 요구가 제3자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부당한 요구로 볼 수 있음.
- 출석 요구서에 범죄의 죄명 및 혐의사실 요지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음.
✔ 수사기관에 이의 제기 가능합니다.
- 경찰서 및 검찰청에 출석 요구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정정 요청 가능.
- 경찰청 인권보호관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도 있음.
2.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미고지 시 대응
✔ 진술거부권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 피의자 및 변호인은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을 조사 중 즉시 지적하고 기록에 남길 것.
- 조사가 강행될 경우 수사기관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재조사 요청 가능.
✔ 재판 과정에서 불법 수사 주장도 가능합니다.
- 조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례에 근거하여 해당 조서의 증거 능력을 다툴 수 있음.
-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절차적 위반 사항을 강조하여 변론을 진행할 수 있음.
Ⅴ. 결론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경찰은 출석 요구 및 진술거부권 고지 등 필수적인 절차를 준수해야 함. 피의자 및 변호인은 이러한 법적 근거를 숙지하고, 부당한 출석 요구나 권리 미고지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하겠습니다.